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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리뷰/운동

첫 하프 마라톤 후기, 평생하고 싶은 달리기 (feat. 김대중 평화 마라톤)

by 부지러너솜 2023.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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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 대회 하나만 더 나가고 싶어서 참여하게 된 김대중 평화마라톤.

항상 10k만 달리던 중 하프마라톤을 도전할 때가 된 것 같아 어느 날 밤, 충동적으로 김대중 평화마라톤을 접수하였다. 같은 러닝크루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니 대회 전 15k 연습을 하고 가면 대회 당일날 하프코스를 완주할 수 있을 것이란 말에 LSD훈련을 하고 가리라 마음을 먹었었다.

Half 마라톤 완주의 과정

① 대회 전 연습

10k 이상을 뛰기 위해서 내가 가장 빠르게 고쳐야 할 달리기 습관은 바로 빨리 달리는 습관이었다. 

내가 러닝을 하면 왜 이렇게 점점 빨라지는지 의식적으로 속도를 늦추는 게 성격이 급한 나로서는 너무 힘든 훈련이었다.

10k 이상 뛰었던 훈련 기록

평소 500-510 정도로 뛰던 습관을 버리고 600-630으로 달리는 것이 목표였고 나름대로 속도를 잘 늦추고 달리며 훈련했던 것 같다.

확실히 날씨가 더워지면 더워질수록 뛰기 힘들었고 습하기까지 한 날에는 정말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몇 번이고 찾아왔다.

5월 29일 월요일 저녁 러닝은 심지어 비 온 뒤에 뛰어 너무 힘들었고 결국 낙오되어 땀에 흠뻑 젖은 채로 버스를 타고 귀가하였다.

대회일이 다가올수록 완주할 수 있을까 불안하기도 하였지만 이제는 다리에 무리를 주면 안 된다 생각하여 7k 미만으로만 가볍게 속도를 낮추고 평균심박수를 160이 넘어가지 않게 훈련하였다.

② 대회 기념품 도착

대회 3-4일 전 집으로 대회 기념품과 배번, 기록칩이 도착하였다.

대회 전 일주일동안 날씨가 습하고 비가 올랑 말랑 오락가락해서 걱정이 되었지만 마라톤 대회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취소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서 근처 다이소에 가 입고 벗기 편한 우비 또한 준비하였다.

대회 당일날 비가 온다 해도 꼭 하프마라톤에 참가해서 완주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당일날 준비하면 정신없을 것이란 걸 알기에 어떤 러닝화와 러닝복을 입고 갈지 미리 골라놓고 배번도 미리 달아놓았다. 그리고 다 뛴 다음 갈아입을 옷과 물티슈 등을 미리미리 챙겨놓았다.

③ 대회 당일

6월 11일 일요일 대회 당일 8시 여의도 이벤트 광장 집결, 9시 출발이었다.

대회 전 날 밤부터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쳤고, 아침에 잠시 그치는 듯하다가 대회 당일날 집에서 나올 때가 되니 또다시 엄청나게 비가 쏟아져내렸다. 이 정도 비가 내리는 걸 보니 안전하게 피니시까지 달리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대회 당일 날씨 (좌)집에서 나오는 길 (우) 대회장 도착

다행히도 대회장에 도착하니 날이 개서 비는 그쳤다. 조금 흐린 날씨가 지속되나 했더니 갑자기 뙤약볕 날씨로 바뀌어서 러닝 하기에는 최악인 덥고 습한 날씨가 완성된 대회날이었다.

대회장에는 7시 반쯤 도착하여 스트레칭도 여유롭게 하고 짐 보관도 여유 있게 할 수 있었다. 항상 대형대회만 출전하다가 작은 규모의 대회를 오니 기다리지 않고 조급하지 않아서 좋았다.

대회 당일 복장
대회 당일 복장

이 날의 대회 복장은 언더아머 엘리트 러닝화, 2023 동아마라톤 기념티, 젝시믹스 3부 팬츠, 네파 쿠션 니삭스, 나이키 캡모자, 락브로스 스포츠 고글, 땀을 닦을 나이키 아대, 핸드폰과 에어팟을 넣을 라이프플러스 러닝벨트였다.

쿨토시도 하려다가 당일 비가 와서 뺐는데 예상치 못한 해 쨍쨍한 날씨가 되어 몸이 새카맣게 탄 후에는 챙기지 않은 게 참 후회되었다. 

(*대회 당일 신은 언더아머 엘리트 러닝화 정보는 아래 포스팅을 참고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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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하프코스 출발

김대중 평화마라톤에서는 2km 걷기, 5km, 10km, 하프코스 이렇게 총 4가지의 모집부문이 있었는데 하프코스가 가장 먼저 출발할 수 있었다. 다 같이 출발지에서 정렬하고 카운트다운을 시작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하프코스를 시작하였다.

출발대기
출발 대기

0km-5km 구간

연습한 대로 600-630 페이스로 달리려고 아주 천천히 의식적으로 달렸다. 이렇게 천천히 뛰다 보니 뒤에 따라오는 10k 주자들이 나를 엄청나게 제치기 시작했다. 조급한 마음이 들었지만 휩쓸려서 같이 페이스를 올리면 절대 끝까지 완주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되새기면서 천천히 뛰었다.

5km-10km 구간

5km 구간을 지나니 10km 주자들이 반환을 하기 시작했고, 하프주자들만이 5km 구간을 뚫고 앞으로 나아갔다.

참가자가 얼마 없어 이때부터 나만의 싸움이 시작된 것 같다. 그래도 천천히 달린 탓인지 호흡이 차거나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하나도 없었고, 한강 뷰를 보면서 달리는데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회사에서의 고민이나 인생에 대한 고민이 참 많았는데 달리면서 숨이 트이는 느낌이 들면서 한 순간에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평생 달리고 싶다."

10km 지점
10km 지점

 

10km-15km 구간

드디어 처음으로 대회에서 10km 이상을 달리기 시작한 구간이다. 

이 구간은 혼자 연습을 하면서 낙오도하고, 다리에 무리가 왔던 구간이어서 10km를 지나면서 긴장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또 스포츠 고글을 써서 눈부심이 없지만 햇빛이 쨍쨍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팔과 다리가 타오르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10.5km 지점에서 반환점을 만나고 그곳에서 조각 바나나와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하프코스 반환점

천천히 달렸기 때문에 호흡도 멀쩡하고, 다리도 괜찮았지만 덥고 습한 탓에 몸에 진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도 힘들어 보였다. 모두가 얼굴이 빨갛게 익어있었고, 호흡이 거칠었다.

힘들었지만 반환점의 급수대에서 물을 따라주던 스태프들의 "파이팅" 한마디에 다시 뛸 힘이 솟았다.

15km 지점
15km 지점

어느새 달리다 보니 15km 지점에 도착했다.

점점 뜨거워지는 날씨에 몸은 타들어가는 느낌이었고 뛰는 것을 멈추고 걷는 참가자들이 부쩍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의 목표는 "멈추지 말고 뛰기"였기 때문에 느리게라도 천천히 계속해서 러닝을 이어갔다.

15km-21.095km

15km가 넘어가면서 점점 멈추고 싶은 마음이 계속해서 들기 시작했다.

호흡이 가쁘진 않았지만 다리가 점점 무거워지고 속도가 점점 느려지는 것도 느껴졌다.

그리고 멈추는 사람들이 보이고 포기하는 사람도 보이니 나도 잠시만 쉬면서 조금만 걸을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정신적으로 힘이 들었다.

한번 멈추면 계속해서 멈추고 싶다는 걸 알기에 절대 멈추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무아지경으로 뛰었던 것 같다.

 

자꾸만 포기하고 싶었던 구간이었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아 뛰면서 내가 왜 등산과 러닝을 좋아하고 있는지 이유를 생각했다.

내가 왜 등산과 러닝을 좋아했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가면 완주한다."

등산도 그렇고 러닝도 그렇다. 포기하지 않으면 정상에 도착하고, 피니시라인에 도착한다는 점이 좋았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노력을 해도 보상받을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하고, 성취할 수 없는 무언가에 실망한 적도 많다.

나에게 등산과 러닝은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결승점에 도착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다.

이 생각을 하면서 다리가 무겁고 땀이 줄줄 흐르고 몸이 타올라도 계속해서 달렸다.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도착하니까.

남은거리 3km
남은거리 3km

이제 표시판이 남은 거리로 바뀌면서 거의 도착했구나 하는 희망이 들었다.

이 3km는 내 러닝을 통틀어 가장 긴 3km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미 18km를 뛴 상태에서의 3km는 정말 너무너무 견디기 힘들었다.

이 마지막 3km를 또다시 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웃으면서 나에게 "파이팅!"을 외쳐주던 급수대 스탭 선생님 2명이었다.

분명히 힘이 너무 들었었는데 내 입으로 "파이팅"을 하는 순간 마지막 3km를 달릴 수 있는 힘이 생겼고 나도 모르게 푸하하 하면서 웃으면서 달렸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파이팅" 이 한마디의 힘을 그리고 이 소중함을 이번 대회에서 너무나 뜻깊게 느낄 수 있었다.

⓹ 하프 마라톤 완주

이렇게 나의 첫 하프코스 도전은 목표대로 멈추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며 마무리되었다.

완주를 하자마자 다른 참가자분이 "고생하셨어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고 행복했다.

완주 기록증

기록은 평균 페이스 630 정도의 기록인 2시간 16분 3초로 완주하게 되었다.

성적과 상관없이 쉬지 않고 하프코스를 완주했다는 것에 스스로 뿌듯하고 벅차오르는 하루였다.

완주 메달까지 야무지게 목에 걸고 나눠준 초코파이와 게토레이를 먹는 건 정말 꿀 같은 시간이었다.

메달 앞면메달 뒷면
김대중 평화마라톤 메달

⓺ 하프 마라톤을 하고 느낀 점

멈추지 않고 끝까지 피니시라인까지 달려온 내가 스스로 기특했다.

요즘 달리기를 하면서 주워듣는 말 중에 좋아하는 말 두 가지가 있다.

"나의 러닝은 나를 닮았다."

"고통은 필연이지만 괴로움은 선택이다."

첫 번째 "나의 러닝은 나를 닮았다."는 뉴발란스 러닝 문구이다. 이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아래 포스팅에 써놓았으니 궁금하면 아래 포스팅을 참고하도록 하자.

 

[책 리뷰] 달리기가 나에게 알려준 것들

이 책은 200m 달리기도 버거워하던 저자가 250km 고비사막 마라톤 완주까지 하게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는 작년(2021년)부터 달리기를 시작하였고 여러 달리기 영상과 글들을 보면서 달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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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좋아하는 "고통은 필연이지만 괴로움은 선택이다."라는 말은 최근 보게 된 [달려라 주원]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들은 말이다.

누구에게나 고통, 시련은 찾아오지만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괴로움은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나에게도 이 하프마라톤을 달리면서 포기하고 싶고 멈추고 싶은 순간이 수십 번은 들었지만,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두 가지의 말을 달리기 전부터 계속해서 내 머릿속에 새겼기 때문이었다.

 

나의 달리기는 나를 닮았다는 말.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무엇인가 하는 나, 그리고 이 삶의 태도를 닮은 나의 러닝.

그래서 중도에 포기한다면 그게 곧 나의 삶의 태도가 될 것 같아서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고통은 필연이지만 괴로움은 선택이라는 말.

누구에게나 시련은 찾아오지만 그 과정을 통해 결국 성장하고 성취하는 미래의 나를 상상하며 이 순간을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싶었다.

 

충동적으로 접수한 하프 마라톤이었지만 나에게 정말 뜻깊은 대회였다.

내가 왜 달리기를 좋아했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평생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같이 달리는 사람들의 응원의 힘을 알게 되었고 내 삶까지 돌아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대회였다.

 

마지막으로 이 대회를 통해 느낀 것이 너무 많아 기념으로 완주하는 모습이 찍힌 포토스포츠 사진도 처음으로 구매하였다.

 

"평생 하자, 달리기. 나의 러닝은 나를 닮았다."

포토스포츠에서 찍은 완주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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