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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리뷰/12월 서록서록

2024.12.05 서록서록, 나에게 프리랜서란

by 부지러너솜 2024.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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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나는 언제 뿌듯함을 느꼈나요?

최근에 뿌듯함을 느꼈던 순간은 바로 회사를 퇴사했을 때였다.

"퇴사"라는 단어가 단순해 보이지만 나에겐 결코 작은 의미라 볼 수 없다.

 

나에게 퇴사의 의미는 어린 시절부터 착실히 쌓아온 모래성을 내 손으로 무너뜨리는 일과 같았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성공한다.

좋은 대학을 가야 성공한다.

대기업에 들어가야 성공한다.

그래야 행복하다.

 

이런 공식을 나는 30년간 굳게 믿어왔고 그렇게 살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더 좋은 대학을 다니면

더 나은 회사를 다니면

더 높은 연봉을 받으면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항상 결핍에 목말라있었다.

 

그러다가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일이 발생해 버렸고

순식간에 정신적인 문제는 일상생활을 하기 힘든 신체적인 문제까지 이어져버렸었다.

 

더욱이 말도 안 되는 건,

내가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지 않을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이르렀음에도 나는 미련하게 회사를 그만두지 못했다.

그저 아는 것이 이렇게 사는 것뿐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냥 모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제집 드나들듯 나는 정신과를 다녔다.

정말 신기하게 미쳐버릴 것만 같다가도 약을 먹으면 호전이 됐고

괜찮다고 확신을 갖고 약을 끊으면 다시 악화가 되기를 반복했다.

 

이런 반복이 어느 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웠다.

평생 이렇게 약을 먹고 상담을 다니면서 지옥같이 회사를 다녀야 하는 걸까 하고 말이다.

 

그렇게 커져버린 공포가 날 집어삼킬까 너무 무서웠던 날

나아질 의지도 없던 내가, 그저 약에만 의존하면 되겠거니 생각했던 내가

나를 제발 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세상에서 꺼내달라고 의사 선생님께 울면서 부탁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그냥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살아봤다.

그리고 난 깨달았다.

나는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30년간 모르고 살았다.

그리고 난 나를 소중하게 여길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나에 대해서 알아가는 날들이 차곡차곡 쌓여갔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알아냈고

이를 실행했고

당장은 보이지 않는 성과를 위한 시간들을 견디고 보냈다.

 

그리고 지금 나는 회사 없이도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에겐 프리랜서라는 말이 그저 그런 의미 없는 단어일 수 있지만

나에겐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내 인생을 커다랗게 바꾼 엄청난 자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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